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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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위한 박물관, 고고학의 필요성박물관 알리미 2023. 5. 23. 22:11
난 사고가 매우 자유로운 사람이다. 날 보기만 해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만큼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실 보수의 끝판왕 박물관과 과연 어울릴까 고민한 적도 있다. 그런 나의 박물관계열 첫 직장은 ‘서울여자대학교박물관’이었는데, 그곳에서 좋은 학예사 선생님을 만나 박물관일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박물관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유는 ‘사람’을 좋아해서다. ‘대중을 위한 박물관’ ‘대중을 위한 고고학’ 사실 박사논문을 쓰면서도 매번 느낀다. 반드시 진부하고 어려운 논문이 좋은 논문인가에 대한 의구심으로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이에 대한 열망으로 대중고고학회에 참석해 발표를 듣기도 했다. 대중에게 박물관과 고고학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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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유혹이든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서울 생활기 2023. 2. 26. 11:18
자신감 빼면 시체인게 바로 ‘김성실’이다. 그런 날 초조하게 만든 유혹이 있으니…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유혹한다. 그보다 더 아름다운 유리들이 나를 유혹한다. 그 어떤 유혹이든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국제학술대회가 나를 기다린다. 초청받을 때만 해도 그저 좋아 헤벌쭉 이었지만, 엉망으로 발표하면 국가망신이다. 왜, 하필, 어째서 나란 말인가? 실크로드 도시들이 나를 울리고, 영어전공용어가 나를 또 울리고, 수많은 해외학자들의 논문들이 나를 대성통곡하게 만든다. 쉬울 줄 알았던가? 만만할 줄 알았던가? 그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음을 아침에 깨닫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와중에 어제 만난 모 기업 대리님인 여동생의 말이 떠올라 힘을 내볼까 한다. “언니만큼 멋진 사람을 본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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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령총 출토 유리 장신구 (1) - 유리구슬 장식 팔찌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24. 00:45
2021년 여름, 이전에 근무하던 대학박물관의 관장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관장님: "성실쌤, 지금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유리 특별전을 한다네? 유리 공부하는 사람이 가봐야지." 여름휴가를 떠나는 기분으로 춘천에 가보자 싶어 주말이 되자마자 곧장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태연이 리메이크한 '춘천가는 기차' 노래를 들으며 유리창 너머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했죠. 저 멀리 보이는 파도처럼 행복이 제 가슴속으로 마구마구 밀려오더군요.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도착한 국립춘천박물관! 단봉낙타가 저를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안녕? 유리가 뭐길래 절 이리 설레게 하는 걸까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인증샷을 마구마구 남겼습니다. 얼굴 사진 올리지 말라하신 분의 존함이 뇌리를 스치나, 전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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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 주조 실험 (4)서울 생활기 2022. 11. 21. 22:30
구리 원석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습니다. 조각의 크기가 작을수록 잘 녹으니까요. 생각보다 무거웠던 이 구리 원석을 분쇄하느라 학생들의 얼굴은 점점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피하진 못했죠. 40도가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 지칠 법도 했지만 수다도 떨며 즐겁게 실습과정에 임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점토로 화로를 만들고 제련을 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모두가 함께 열정적으로 부쉈던 석탄들을 사용할 때가 왔습니다. 원석 분쇄 작업을 마친 뒤 그제야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학생들.. 왜 이리 시커멓게 됐냐며 서로를 보며 웃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시커먼스가 된 학생들은 한참을 웃다 일제히 화로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왜냐? 불쇼가 시작되었거든요. 먼저 모터를 이용해 공기를 주입하는 현대식 방법으로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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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역사 박물관] 나니와노미야 하층 유적 출토 유리구슬 거푸집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20. 21:19
2016년 여름, 오사카-교토-나라-고베-오사카 순으로 가족여행을 갔습니다. 가는 곳마다 하필 박물관이 있지 뭡니까? 오사카 역사 박물관(大阪歴史博物館, Osaka Museum of History) 관람은 여행 마지막 코스로 넣었습니다. 이미 쇼핑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들린 이곳! 내심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가족들이 박물관 관람을 싫어하진 않을까 고민이었습니다만.. 후덥지근한 날씨를 자랑하는 오사카인지라 다들 박물관 관람에 찬성했습니다. 시원하니까요. 그곳에서 발견한 '나니와노미야 하층 유적(難波宮下層遺跡) 출토 유리구슬 거푸집(鑄型)'. 주조 유리구슬을 제작하는데 사용되었던 거푸집은 처음 실견하는 터라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가족들은 유리구슬이 진열된 진열장 앞을 뚫어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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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덕천리 출토 유리구슬 목걸이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19. 22:37
석촌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리구슬을 소개하다 보니... 신라의 유리구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이를 다 소개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기에, 오늘은 '경주 덕천리 출토 유리구슬 목걸이'에 대해서만 간단히 소개해보려 합니다. 경주 덕천리 유리구슬 목걸이는 파란 유리구슬과 금박유리구슬 그리고 마노제 다면옥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신라의 대표적인 장신구 중 하나입니다. 예쁘지 않습니까? 아마 파란 유리구슬은 자주 보셨을 겁니다. 그래요. 얼마나 자주 등장했는지 파란 유리구슬이 없는 장신구는 마치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 들어온 유리구슬은 사실 '금박유리구슬'입니다. 황금빛으로 반짝반짝 탐스럽게 빛나는 금박유리구슬!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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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고학자 Louis Malleret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19. 12:49
Louis Malleret (1901–1970) 프랑스 고고학자, Louis Malleret. 인도 차이나의 요청에 따라 1929년 현재의 호찌민(Ho Chi Minh)인 사이공(Sài Gòn, 柴棍, 시혼)으로 파견되었던 그. 옥에오(Óc Eo) 발굴조사보고서를 읽다 갑자기 그의 얼굴이 궁금해졌습니다. 사진에서도 느껴지는 여유와 아우라... 당시에는 고고학이 부유한 자들의 학문이라 불리었다죠. 사실인가봅니다. 고고학자로서 Louis Malleret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된 계기가 바로 '옥에오(Óc Eo) 유적'의 발견입니다. 제가 그를 알게된 이유이자, 저를 불어 해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자이기도 하죠. 불어를 잘 하냐구요? 봉쥬르와 마드모아젤, 주뗌므 밖에 모릅니다.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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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 주조 실험 (3)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28. 08:11
청동기 주조 제작 실험장에서 청동 유물의 복원 과정도 살펴봤겠다 이젠 직접 나서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다음날 바로 청동기 주조 제작 실험에 참여하였다. 우선, 청동을 용해하는 작업을 위해 돌을 이용하여 석탄을 잘게 부쉈다. 실습생 전원이 청동을 용해하는 과정을 실습해보려면 일정한 온도를 오래 유지해야 하므로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양의 석탄이 필요했다. 그래서 마치 토르가 된 마냥 석탄을 미친 듯이 부수기 시작했다. 연료를 준비한 뒤, '풀무질'을 위해 송풍관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대나무를 이용해 점토를 일정한 두께로 펼치고 이 점토판을 대나무 전체를 감싸안듯이 둘러주면 완성!! 송풍관의 표면에 금이 가있으면 금방 터져버리기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점토로 제작한 송풍관을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풀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