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 유리병 제작기 (1)

2021년, 전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유리 학자들이 모두 참석하는 ICOM Glass Meeting 2021에서
‘Śarīra glass bottles excavated from Buddhist Temples in Korea’ 라는 제목으로 한국 유리 사리병(Śarīra glass bottle)을 소개한 적이 있다.

여러 저명한 해외유리학자 앞에서 한국의 유리 문화에 대해 소개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지만,
유일한 한국초청학자로서 학회에 참석하는거라 부담스럽기도 했었다.

2021년, ICOM Glass Meeting 2021에서 ‘Śarīra glass bottles excavated from Buddhist Temples in Korea’ 주제로 Oral presentation을 하고 있는 모습

‘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듯 유물을 實見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하여 여러 박물관에 소장된 사리 유리병을 관찰하고 유물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학회 발표 당일,
우려와는 달리 80여명의 저명한 유리 학자들이 발표를 들어주셨고, 좋은 발표라며 호응도 꽤 좋았다.

2021년,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 오색영롱' 관람 중 찍은 사진

그러던 어느날,
박물관에 근무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고학, 사학, 미술사학과 같은 학문은 반드시 심오해야만 하는걸까?
학자끼리만 통하는 학문이 진정한 학문인걸까?

한국의 유리를 세계에 알릴 방도는 없는가?

전공이 실크로드 유리이기에,
유리를 대중화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용솟음쳤다.

박물관은 대중을 대상으로 전시, 교육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공간이 아닌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상황이라 이런 의문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2022년, 박물관 교육실에서 실시간 온라인 교육을 준비하는 장면

문득 박물관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내게 취미로 즐겨보라며 추천해 준 ‘스테인드 글라스(Stained glass)’수업이 떠올랐고,

유리를 이용해 제작한 굿즈 샘플을 만들어 보는게 어떨까싶어 한 치의 망설임없이 바로 수업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