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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에서 처음 관람한 유리 특별전시 (3) - Roman glass
    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1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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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소개한 '파이앙스(Faience)'도 중요하지만 사실 고대 유리의 최고봉은 역시 '로만 글라스(Roman glass)'다.

    어느 교수님을 통해 우연히 최근 정규 교과서에도 로만 글라스 관련 내용이 수록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젠 한국의 역사에서도 로만 글라스가 제법 인정받고 있는 추세인 듯하여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한국에서도 친숙한 유물인 로만 글라스! 오늘은 사랑스러운 로만 글라스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로만 글라스(Roman glass) 병

    밝은 푸른빛을 띠는 투명한 유리병..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로만 글라스의 모습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여러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기종(器種)이기도 하다. 액상의 무언가를 저장하기에 안성맞춤인 유리의 특성상 이 유리병은 올리브 유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로마 제국이 위풍당당한 위세를 자랑할 당시에는 유리 제작 기술이 워낙 발달하여 이미 불기 기법(Blowing)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황남대총 출토 유리병'이 워낙 유명하여 하나의 손잡이만 부착된 유리병을 연상하기 쉽지만 유리병만 하더라도 손잡이의 개수와 장식된 문양, 색상 등 천차만별의 특색을 자랑하는 로만 글라스를 만나 볼 수 있다.

    '유럽 유리 예술 작품전'에서 만난 로만 글라스는 유리의 변화상을 크지 않은 공간을 활용해 전시한 케이스라 그 시대의 대표 기종을 순서에 맞게 차례로 전시하고 있었다. 로만 글라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전시된 여러 로만 글라스를 관람하며 느낀 것은 확실히 고대 이집트인과 로마인은 파란색을 선호하였다는 점이다.

    요령성 박물관에 전시된 파란색 로만 글라스

    색상에 왜 그리 집착을 하냐 싶겠지만 사실 당시 사람들이 선호한 것이 무엇이냐를 파악하는 것은 교류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기본적인 사항이다. 여러 유적에서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유물이 다수로 발견되는 이유는 바로 '고대인이 선호하던 양식'이라는 것, 즉 그 시대에 '유행'했다는 의미다.

    혹자는 고고학에서 왜 형식 분류가 중요한 것인가? 같은 모양을 그저 나열하고 그 분포양상을 지도에 나열하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단 것인가? 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연구의 시작이다.

    역사의 복원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연구자료의 검토이고, 고고학에서의 주연구대상은 '물질'이다. 고로 당시 '유행'했던 물질이 지닌 특징을 파악해 유사성을 도출해내고 유사한 특징을 지닌 물질이 분포하는 양상을 통해 그 물질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고고학이 말하는 '교류(交流)'다. 물론 심도 있는 사료의 해석을 배제한 고고학 연구는 필자도 지양 하지만 말이다.

    독일의 박물관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종류의 로만 글라스


    유물을 실제로 보고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러한 데이터들이 집성되어야만 시대별 특징과 변화 양상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출장도 적지 않아 여러 해외 박물관을 다닐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어느 국가에 가건 박물관 관람을 잊은 적이 없기에 유리의 시대별 특징과 변화 양상, 이동 경로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려한 장식 기법을 사용해 제작한 로만 글라스도 존재하지만 보편적인 로만 글라스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기종과 용도를 막론하고 말이다. 특히 로마에서는 생활용기의 기능이 강해 그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로만 글라스를 제작하기 시작한 단계에서는 이미 제작기술이 워낙 발달하여 파이앙스 단계와는 달리 투명도가 높고 표면이 광택이 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모양과 색상이 다양한 것도 유리 제작 기술과 관련이 있다.

    황남대총 출토품으로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로만 글라스는 그리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연구대상은 아니다. 매번 대외교류사적인 측면에서의 유리 연구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여전히 로만 글라스는 내게 어려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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