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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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Silk)'가 뭐길래 사람을 잡는가?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25. 22:34
독일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Ferdinand von Richthofen)'. 그는 기원전 114년부터 서기 127년까지 중국, 트란스옥시아나, 인도를 잇는 실크 무역로를 가리켜 '실크로드(Silk Road)'라고 명명했습니다. 물론 오늘날 그 범위가 훨~씬 더 광범위 해졌습니다만, 시작이 반 아닙니까? 대단쓰! '실크로드'라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단어를 만들어낸 그가 원망스럽습니다. '실크로드'를 이해하기 위해 어제도 소파에서 두꺼운 책을 안고 새벽 4시쯤 잠들었고요, 오늘도 카페에서 캐럴을 들으며 처량하게 노트북과 시름하다 이제 겨우 집에 왔습니다. 친구와 놀지도 못하고 연말에 이게 뭡니까? 흑흑. 뭐.. 좋은 게 하나 있다면, 하도 카페에 왔더니 곧 캐럴 오르골을 받게 된다는 사실 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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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령총 출토 유리 장신구 (1) - 유리구슬 장식 팔찌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24. 00:45
2021년 여름, 이전에 근무하던 대학박물관의 관장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관장님: "성실쌤, 지금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유리 특별전을 한다네? 유리 공부하는 사람이 가봐야지." 여름휴가를 떠나는 기분으로 춘천에 가보자 싶어 주말이 되자마자 곧장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태연이 리메이크한 '춘천가는 기차' 노래를 들으며 유리창 너머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했죠. 저 멀리 보이는 파도처럼 행복이 제 가슴속으로 마구마구 밀려오더군요.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도착한 국립춘천박물관! 단봉낙타가 저를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안녕? 유리가 뭐길래 절 이리 설레게 하는 걸까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인증샷을 마구마구 남겼습니다. 얼굴 사진 올리지 말라하신 분의 존함이 뇌리를 스치나, 전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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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역사 박물관] 나니와노미야 하층 유적 출토 유리구슬 거푸집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20. 21:19
2016년 여름, 오사카-교토-나라-고베-오사카 순으로 가족여행을 갔습니다. 가는 곳마다 하필 박물관이 있지 뭡니까? 오사카 역사 박물관(大阪歴史博物館, Osaka Museum of History) 관람은 여행 마지막 코스로 넣었습니다. 이미 쇼핑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들린 이곳! 내심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가족들이 박물관 관람을 싫어하진 않을까 고민이었습니다만.. 후덥지근한 날씨를 자랑하는 오사카인지라 다들 박물관 관람에 찬성했습니다. 시원하니까요. 그곳에서 발견한 '나니와노미야 하층 유적(難波宮下層遺跡) 출토 유리구슬 거푸집(鑄型)'. 주조 유리구슬을 제작하는데 사용되었던 거푸집은 처음 실견하는 터라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가족들은 유리구슬이 진열된 진열장 앞을 뚫어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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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덕천리 출토 유리구슬 목걸이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19. 22:37
석촌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리구슬을 소개하다 보니... 신라의 유리구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이를 다 소개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기에, 오늘은 '경주 덕천리 출토 유리구슬 목걸이'에 대해서만 간단히 소개해보려 합니다. 경주 덕천리 유리구슬 목걸이는 파란 유리구슬과 금박유리구슬 그리고 마노제 다면옥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신라의 대표적인 장신구 중 하나입니다. 예쁘지 않습니까? 아마 파란 유리구슬은 자주 보셨을 겁니다. 그래요. 얼마나 자주 등장했는지 파란 유리구슬이 없는 장신구는 마치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 들어온 유리구슬은 사실 '금박유리구슬'입니다. 황금빛으로 반짝반짝 탐스럽게 빛나는 금박유리구슬!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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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고학자 Louis Malleret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19. 12:49
Louis Malleret (1901–1970) 프랑스 고고학자, Louis Malleret. 인도 차이나의 요청에 따라 1929년 현재의 호찌민(Ho Chi Minh)인 사이공(Sài Gòn, 柴棍, 시혼)으로 파견되었던 그. 옥에오(Óc Eo) 발굴조사보고서를 읽다 갑자기 그의 얼굴이 궁금해졌습니다. 사진에서도 느껴지는 여유와 아우라... 당시에는 고고학이 부유한 자들의 학문이라 불리었다죠. 사실인가봅니다. 고고학자로서 Louis Malleret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된 계기가 바로 '옥에오(Óc Eo) 유적'의 발견입니다. 제가 그를 알게된 이유이자, 저를 불어 해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자이기도 하죠. 불어를 잘 하냐구요? 봉쥬르와 마드모아젤, 주뗌므 밖에 모릅니다.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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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옥에오 유적 출토 유리구슬 장신구 (1)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19. 01:14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왔더니... 낯선 택배 하나가 현관문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보아하니 책인 듯한데 뭔지 도통 알 길이 없었죠. 궁금함을 참지 못한 저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가위로 상자를 뜯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개최 2020 국제교류전 '베트남 옥에오 문화 - 고대 해상 교역의 중심 옥에오' 도록이지 뭡니까? 책을 들고 바로 카페로 달려가 도록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술술~~~~ 읽히는 게 굉장히 재미있더군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사실 몇 년 전 옥에오 발굴 보고서 원본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흔치 않은 기회이지만 보고서 내용을 볼 수 있었고, 유물 대부분이 해양 실크로드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환호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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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 고분군 출토 유리구슬의 용도와 기능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17. 20:28
사람의 마음은 갈대라지요. 정말 그런가 봅니다. 유리기만 공부하던 제가 요즘 유리구슬에 자꾸만 눈이 갑니다. 참아보려 애써봤지만, 눈이 가는 걸 어찌하겠습니까. 당분간은 유리구슬을 주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얼마 전, '서울 석촌동 고분군(사적) 발굴조사 현장설명회' 덕에 조회수가 소폭 상승하여 룰루랄라 노래를 불렀습니다. 희한하게도 '석촌동 고분군'에서는 유리기는 보이지 않고 온통 유리구슬만 출토되었었죠. 왜일까요? '고고학'은 단순한 '역사 복원'을 넘어 '왜?'를 언급해야만 하는 학문입니다. 물론 그 결론은 현대인이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제시하는 하나의 가설일 뿐이지만 말이죠. 그럼 함께 생각해봅시다. 유리구슬... 한국 삼국시대의 유리구슬은 분명 '장신구의 구성요소'로 사용되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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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박물관] 석촌동 고분군 12호 널무덤 출토 유리구슬 목걸이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1. 15. 22:20
제가 예전에 썼던 '석촌동 고분군 1호 매장의례부 출토 유리구슬' 글의 조회수가 역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입 경로를 보니 대부분 검색 포털 사이트를 통해 들어왔더군요. 이유가 뭔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오늘 개최한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서울 석촌동 고분군(사적) 발굴조사 현장설명회' 때문인 듯 했습니다. 오늘 올라온 기사나 여러 글들을 보면... '흑유계수호(黑釉鷄首壺)'를 주제로 한 글이 대부분입니다. ****** 여기서 '흑유계수호'란, '흑색 유약을 입힌 닭머리 모양 주둥이를 가진 병'을 지칭하는 전공 용어입니다. ****** 물론 흑유계수호가 중국과의 교류를 설명하는 중요한 자료일뿐더러, 유리보다 형식분류가 용이한 유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리를 전공해서 일까요.... 제 눈엔 석촌동 고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