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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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 고분군 1호 매장의례부 출토 유리구슬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27. 00:28
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에서는 2015년 10월 26일부터 ‘석촌동 고분군’의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과정 중, 적석묘 28기, 매장 의례부 3개소, 구획 적석 목관묘 1기, 연접부 14개소, 목관(곽) 묘 5기로 조성된 ‘연접 적석총’이 발견되었고 이는 많은 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나의 관심을 사로잡은 유구는 유리구슬 일괄이 출토된 ‘1호 매장 의례부’로, 유리에 미쳐있던 나로선 반드시 답사를 해야만 하는 조사 현장이라 꿈에서도 답사를 갈 지경이었다. 운 좋게도, 예전에 근무했던 대학 박물관의 학예부장님께서 챙겨주신 덕에 사학과 학부 학생들과 함께 ‘석촌동 고분군 발굴조사 현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문동석 교수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석촌동 고분군 발굴조사 현장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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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처음 관람한 유리 특별전시 (4) - 변형기의 유리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20. 22:24
제작기술의 발달로 유리가 일상생활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로마제국시대의 유럽.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유리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그것은 바로 "유리의 다양화"이다. 화려한 장식이 부착된 로만 글라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로만 글라스는 생활용기의 성격이 강해 특별한 장식을 가미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허나 위의 사진을 보면... 확실히 로만 글라스와는 대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다." 정말이지 확연히 달라진 유리의 모습에 "아내의 유혹"이 떠오를 지경이다. 처음 이 유리기들을 접했을 땐 할 말을 잃었다. 저리 과도한 장식을 부착하지 않아도 아름답기만 한 유리를 왜 저토록 못살게 굴어야만 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중도"와 "여백의 미"를 잃어버린 이 시대의 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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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처음 관람한 유리 특별전시 (3) - Roman glass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19. 08:12
앞서 소개한 '파이앙스(Faience)'도 중요하지만 사실 고대 유리의 최고봉은 역시 '로만 글라스(Roman glass)'다. 어느 교수님을 통해 우연히 최근 정규 교과서에도 로만 글라스 관련 내용이 수록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젠 한국의 역사에서도 로만 글라스가 제법 인정받고 있는 추세인 듯하여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한국에서도 친숙한 유물인 로만 글라스! 오늘은 사랑스러운 로만 글라스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밝은 푸른빛을 띠는 투명한 유리병..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로만 글라스의 모습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여러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기종(器種)이기도 하다. 액상의 무언가를 저장하기에 안성맞춤인 유리의 특성상 이 유리병은 올리브 유를 저장하는 용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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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처음 관람한 유리 특별전시 (2) - Faience와의 만남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15. 12:42
박물관 전체 면적에 비해 다소 작은 전시실에서 개최된 '유럽 유리 예술 작품전'. 다른 전시실엔 그래도 관람객이 제법 있었지만, 유리 특별전시실은 휑하기만 했다. 유리가 비인기 분야라는 걸 절실히 느꼈던 전시다. 시대별로 잘 전시된 유리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관찰하면서 장식기법의 변화 양상을 살펴봤다. 먼저, 고대 유리기를 살펴보자. 표면이 매끄럽고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현대 유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를 ‘파이앙스(Faience)’라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찬란한 꽃을 피웠던 '파이앙스 문화'. 그래서일까? 유물 열람을 위해 들렀던 영국에서 미라와 함께 파이앙스를 지겹도록 만났던 기억이 난다. 엄밀히 말해 '유리(Glass)'라 말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지만 유리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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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처음 관람한 유리 특별전시 (1)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14. 12:51
중국 유학 시절, 하도 실크로드 유리를 사랑한다 떠벌리고 다녀서일까? 주변에서 유리 주제 강연, 특별전시, 학회 소식만 들리면 내게 알려주곤 했다. 여기저기 유리와 관련된 곳이라면 중국 내외를 막론하고 나타나던 내게 '홍길동'이란 별명을 붙여주신 분도 계신다. 중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커 이런 무모한 행동을 즐기는 유학생이 드물었지만, 궁금하면 참지못하는 성격을 가진 나는 고작 카메라 가방 하나만 둘러메고선 어디든 갔었다. 적지 않은 곳을 다녔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이런 유별난 나의 시작은 바로... 2015년 크리스마스 시즌 들렀던 요령성 박물관의 유리 특별전이었다. 화려한 불빛을 자랑하는 크리마스 트리가 여기저기 보이고 캐럴이 귀를 즐겁게 하는 한국의 크리스마스와는 달리, 중국은 비교적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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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 유리병 제작기 (3)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11. 12:51
유리판을 원하는 디자인으로 자르기만 하면 끝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절단용 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곡선 등을 원하는 디자인에 맞게 정리하고, 잘려진 유리판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한데… 글라인더를 이용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왜냐? 엄청난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글라인더 자체가 굉.장.히 무서웠기 때문이다!! 글라인더로 유리 절단면을 다듬는 모습 긴장을 한 탓인지, 내 몸이 뻣뻣하게 굳어있어 자세가 불편해 보였나보다. 선생님께서 친절히 긴장하지말라며 글라인더 사용법과 팁에 대해 말씀해주신다. 몇 조각을 다듬다보니 점차 요령이 생겼고, 이내 편안한 마음으로 유리 표면을 다듬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완성된 유리 조각들!! 이렇게 다듬어진 유리 조각들을 도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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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 유리병 제작기 (2)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10. 21:01
그리하여 찾아간 유리공방!! 직접 촬영한 사진을 이용해 우선 도안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완성된 도안에 숫자를 적고 각 숫자마다 원하는 종류의 유리판을 선택하여 칼로 자르면 1단계 완성! 듣기엔 쉬운 듯 했으나, 결코 쉽지않은 과정이었다. 총 12 조각으로 구성된 도안을 참고하여 유리판을 고르려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색상과 재질의 유리판이 진열되어 있어 고민되었다. 보아하니 유리의 투명도, 문양, 재질, 경도, 색상 등의 차이가 확연히 났다. 2021년 박물관에서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 유리병'을 관찰한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며, 가장 유사한 특성을 가진 유리판을 골라 절단작업에 들어갔다. 총 12 조각으로 나눠 도안을 자르고, 잘려진 도안을 선택한 유리판 위에 얹어 외선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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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story Stone Pagoda in Wanggung-ri, Iksan, sarira glass bottle making (1)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10. 18:21
During the ICOM Glass Meeting 2021, attended by all the leading glass scholars from around the world, I introduced the topic of Korean Śarīra glass bottles with a speech under the title "Śarīra glass bottles excavated from Buddhist Temples in Korea." It was an honor to introduce Korea's glass culture in front of many prominent foreign scholars, but it was also challenging to attend the confere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