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성실한 고고학도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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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의 추억 - 노들섬 편서울 생활기 2022. 10. 21. 21:31
서울에 막 상경했을 땐 막막하기만 했다. 코로나 시국인 데다 오랜 유학생활로 경력이 단절된 상태에서 취업이 가능할까 가슴을 졸이며 이력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노들섬’은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로해 주던 소중한 공간이었다.채용공고가 많이 나오는 시즌도 아닌 어중간한 시즌이라 조마조마했던 나를 위로해주던 ‘노들섬’통번역 업무를 마치고 노들섬을 찾을 때쯤이면 노을을 구경하려는 커플들로 가득하곤 했다. 불안한 마음에 여러 분야의 채용공고에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의외로 많은 곳에서 연락이 왔다.면접이라도 볼 수 있어 기쁘다 여겼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한 달 동안 무려 6곳에서.. 그것도 각기 다른 분야의 회사 및 기관, 박물관에서 최종면접 통과 연락을 받았다. 상상치도 못했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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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처음 관람한 유리 특별전시 (4) - 변형기의 유리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20. 22:24
제작기술의 발달로 유리가 일상생활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로마제국시대의 유럽.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유리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그것은 바로 "유리의 다양화"이다. 화려한 장식이 부착된 로만 글라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로만 글라스는 생활용기의 성격이 강해 특별한 장식을 가미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허나 위의 사진을 보면... 확실히 로만 글라스와는 대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다." 정말이지 확연히 달라진 유리의 모습에 "아내의 유혹"이 떠오를 지경이다. 처음 이 유리기들을 접했을 땐 할 말을 잃었다. 저리 과도한 장식을 부착하지 않아도 아름답기만 한 유리를 왜 저토록 못살게 굴어야만 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중도"와 "여백의 미"를 잃어버린 이 시대의 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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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TISTORY)’와 썸타기서울 생활기 2022. 10. 19. 19:03
모든 만남이 그러하다.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소위 ‘썸’ 단계에선 모든 것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내겐 티스토리가 그랬다. 저번 주 금요일 밤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방문자수를 보여주며 나를 유혹하던 티스토리! 그는 돌연 묵묵부답으로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저번 주말 발생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으로 잠시 힘들었다는 게 그의 변명. 컨디션이 회복되면 다시 날 만나러 오겠다는 그였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잠수를 탔다. 아주 잠시 얼굴만 내비치고선 말이다. 애간장이 타는 건 당연지사! 이제 막 글을 쓰는데 흥미를 느낀 내게 가혹하리만큼 큰 고통을 안겨준 마초남 ‘티스토리’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완전한 이별을 고해주던가 아님 이제 다시 돌아와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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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처음 관람한 유리 특별전시 (3) - Roman glass실크로드와 유리 이야기 2022. 10. 19. 08:12
앞서 소개한 '파이앙스(Faience)'도 중요하지만 사실 고대 유리의 최고봉은 역시 '로만 글라스(Roman glass)'다. 어느 교수님을 통해 우연히 최근 정규 교과서에도 로만 글라스 관련 내용이 수록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젠 한국의 역사에서도 로만 글라스가 제법 인정받고 있는 추세인 듯하여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한국에서도 친숙한 유물인 로만 글라스! 오늘은 사랑스러운 로만 글라스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밝은 푸른빛을 띠는 투명한 유리병..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로만 글라스의 모습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여러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기종(器種)이기도 하다. 액상의 무언가를 저장하기에 안성맞춤인 유리의 특성상 이 유리병은 올리브 유를 저장하는 용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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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란 틀에 사로잡힌 우리세계 여행 일기 2022. 10. 18. 20:09
트위드 재킷과 트렌치코트를 찾을 만큼 날이 쌀쌀해졌다. 가을을 손꼽아 기다렸던 터라 겨울의 문턱에 서 있는 듯 차가워진 공기가 야속하기만 하다.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나이라 할지라도 인지 속도나 문제 해결 능력에 차이가 난다는 걸 느껴보기도 하고, 한 살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유아교육의 경우, 연령에 따라 간단한 색종이 접기 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사례가 있어 혹여나 하는 마음에 ‘가을 단풍잎 컬러링 도안’를 만들어 보았다. 어떤 방식을 제일 좋아할지 얼마나 고민하고 걱정했는지 모른다. 오늘이 그 디데이였고 드디어 아이들의 반응을 직접 살필 수 있었다. 퍼즐 활동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색칠 놀이할래요~!”라며 컬러링 도안이 있는 책상으로 즐겁게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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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Pandemic in Italy세계 여행 일기 2022. 10. 18. 08:16
2020년, 몇주만 머물다 중국으로 돌아가려했는데… 그 긍정적인 이탈리아인들이 겁에 질린 모습으로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뉴스에서 보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갑자기 숨을 못 쉬고 쓰러진다했다. ‘코로나’였다. (지금이야 독감정도 인식되는 아이지만 말이다😅) 이에 콘테 전 총리는 국경 봉쇄령과 지역 간 이동 제한령 그리고 자택근무 및 외부 출입 제한령 등을 긴급 선포한다. 이탈리아는 인터넷이 굉장히 느리다… 심지어 정부 기관 홈페이지조차 개설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답답한 일이 한두개가 아니었지만, 다들 해맑게 웃으며 말을 거니 이상하게 화는 나지 않았다. 식료품 코너를 제외한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고, 공공기관도 다 문을 닫았었다. 공기가 워낙맑아 마스크 공장 자체가 적었던 이탈리아는 마스크 대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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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빛을 잃은 유럽 - 이탈리아편세계 여행 일기 2022. 10. 18. 03:26
남편도 가을을 타는지 요즘 부쩍 영상통화를 자주 건다. 그저 내가 좋은가 보다. 으쓱으쓱!! 영상통화를 하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점점 화면이 어두워지다 못해 이젠 남편의 희번득한 흰자만 보이는 게 아닌가? 처음엔 할로윈이라서 흡혈귀 코스프레를 하는 줄 알았다. 이직을 하더니 이젠 아예 드라큘라로 다시 태어난 거냐며 나 혼자 웃고 있는데... 남편이 배시시 웃으며 전기료를 아끼려고 불을 아직 안 켜서 그리 어두운 거 다라 말하는데 놀랐다. 현재 이탈리아의 경제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 연합 국가 중 COVID-19 팬데믹이 제일 먼저 시작된 국가라 난리도 아니었다. 당시 나 또한 이탈리아에 반년 넘게 갇혀있었는데, 국경 봉쇄령과 지역 간 봉쇄령을 내려 이동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